다시, 책으로
인간이 자연의 선물로 받지 않고 자신의 영혼으로 창조한 수많은 세계들 중에 책의 세계가 가장 위대하다. 모든 어린아이는 자신의 첫 글자를 석판에 휘갈기고 처음으로 글을 읽으면서 인공적이고 가장 복잡한 세계로 진입한다. 이 세계의 법과 규칙을 완전히 알고 완벽하게 실행할 만큼 충분히 오래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단어가 없다면, 쓰기가 없다면, 책이 없다면 역사도 없을 것이고 인간성도 없을 것이다.
- <책의 마법> 헤르만 헤세
/200127
★★★★
인쇄매체를 대체하는 디지털 매체가 활발한 요즘 우리는 어떤 식으로 읽어야 하며 이런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저자는 뇌 분야의 세계적인 연구자다. 그래서 자신의 연구는 물론 학계의 연구들을 인용하여 읽는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인간의 읽는 능력은 타고난 것이 아닌 후천적인 성취 가운데 하나라는 것에 놀랐다. 기본으로 탑재된 게 아닌 우리가 노력을 해야만 얻어지는 것이라니. 그래서 한참 동안 읽지 않으면 익숙해지기까지 다소의 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 우리는 디지털 매체를 통해서 하루에도 엄청난 양의 글을 받아들이고 읽게 된다. 하지만 그 정보들은 굉장히 단편적이고 흩어지기 쉽다고 한다. 무차별적인 정보로는 깊이 읽기는 물론 깊은 사고도 할 수 없다. 인터넷에는 잘못된 정보는 물론 거짓 뉴스가 판을 친다. 하지만 그걸 걸러내고 제대로 된 정보를 판별할 수 있는 것은 깊이 읽기를 통한 비판적 사유이다. 또한 깊이 읽기는 타인의 느낌과 관점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되는데 그 속에서 공감과 감정을 얻을 수 있다. 그렇게 내면이 풍부해지고 타인을 이해함으로써 우리의 오만과 편견은 해소 될 수 있다.
하지만 디지털 매체를 등한시만 해서는 안된다고 한다. 어차피 시대는 변하고 디지털매체는 미래라는 것이다. 우리는 디지털 지혜를 길러야 하며 디지털 접근과 불평등 간의 복합적인 이해관계를 최소화 해야한다고 한다. 인쇄매체와 디지털 매체를 절충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 하는 것이 깊이 읽기를 놓치지 않으며 미래에도 다가갈 수 있는 해결책일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깊이 읽기에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고, 단 한 권의 책을 읽더라도 제대로 읽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내가 도중에 전자책으로 갔다가 종이책으로 다시 돌아온 이유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전자책이든 종이책이든 건성건성 훑거나 속독의 방법이 아닌 정독의 방향으로 읽는다면 깊이읽기를 통해 얻는 건 같지 않을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