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 헤르만 헤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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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개종 따위를 우습게 알았어. 그런건 그의 처지에서는 그저 듣기 좋은 말이겠지.
그는 자신의 길을 끝까지 갔어. 그리고 자신의 거기까지 가도록 도와준 악마로부터 마지막 순간에 비겁하게 도망가지 않았어.
그는 당당한 개성을 지녔어.
성서 이야기에서는 개성을 가진 사람들이 자주 손해를 보지.
어쩌면 그도 카인의 후예일거야.
그렇게 생각하지 않니?
/그러니까 우리는 신에 대한 예배와 더불어 악마예배도 가져야 해.
그게 올바른 일인 것 같아. 혹은 예배를 하나 더 만들어내야 할 것 같아.
악마도 그 안에 포함하고, 지극히 자연스러운 세상 일들이 일어날 때 그 앞에서는 눈을 감지 않아도 되는 신을 위해서 말이야.
/저게 전에 데미안이었다!고. 나와 함께 걷고 이야기했던 여느 때의 그는 다만 반쪽짜리 데미안이었다.
이따금씩 한 역할을 연기하는, 순응하는, 내키면 함께 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진짜 데미안은 저런 모습이었다.
지금 이 사람 같은, 저렇게 돌 같은, 태고처럼 늙은, 동물 같은, 돌 같은, 아름답고 찬, 죽었는데 남 모르게 전대미문의 생명으로 가득 차 있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의 주위를 둘러싼 이 고요한 공허, 이 정기와 별들의 공간, 이 고독한 죽음!
/나는 다시 어두운 세계, 악마 소속이었고, 그 세계에서 나는 명사였다.
/나의 목표는 쾌락이 아니라 정결함이었다. 행복이 아니라 아름다움과 정신성이었다.
/그 그림은 나를 닮지 않았으며 그럴리도 없다고 느꼈다.
그러나 그것은, 나의 삶을 결정한 것이었다. 그것은 나의 내면, 나의 운명 혹은 내 속에 내재하는 수호신이었다.
만약 내가 언젠가 다시 친구를 찾아낸다면, 내 친구의 모습이 저러리라.
언제 하나를 얻게 된다면 내 애인의 모습이 저러리라.
나의 삶이 저런 것이며 나의 죽음이 저럴 것이다.
이것은 내 운명의 울림이자 리듬이었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압락사스
/베아트리체 시절의 저 몇 주일, 몇 달의 다정한 안정이 오래전에 사라졌다.
하나의 섬에 도달했고 평화를 찾아냈다고 그때 나는 생각했다.
그러나 늘 그랬다.
하나의 상태가 나에게 좋아지자 마자, 하나의 꿈이 내게 편안해져가자, 그것은 어느새 벌써 시들고 흐려졌다.
부질없다, 그 뒷모습을 빌며 탄식함은!
memo : 110827
데미안 같은 친구를 찾을 수 없다면, 그런 친구가 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