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킬레우스의 노래
그녀가 비석 위에 새긴 이름이 내 눈에 들어온다.
아킬레우스라고 적혀 있다. 그리고 그 옆에 파트로클로스가 있다.
/210526
사실 영웅서사와 전쟁 요소는 내가 선호하는 장르는 아니다. 그래서 아킬레우스의 노래가 재밌을까에 대한 염려에도 불구하고 좋은 평이 많아서 키르케랑 같이 구매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좋은 선택이었다.
일단 등장인물 대부분의 이름이 익숙하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개인 특성이 잘 드러나서 그런지 외우려하지 않아도 입력이 잘 된다. 문장들 역시 술술 읽히고 흡입력이 매우 좋았다.
파트로클로스가 화자여서 그런지 그의 내면이 깊게 와닿았고 절절한 마음에 함께 동요된다. 사실 파트로클로스는 처음 들어보는 영웅의 이름이어서 저자가 만들어 낸 허구의 인물인가 했는데 실재했었고, 실제로도 아킬레우스와 사랑하는 사이가 아니었던가 하는 의문이 있다고 한다. 그런 파트로클로스는 다른 영웅들과는 다르게 민첩한 몸놀림도 강인한 신체도 지니지 않았지만 연민과 배려 그리고 따스함을 지닌 인간이었다. 그래서 그는 다른 이들을 위해 자신을 바쳤고 영웅이 되었다. 영웅은 모든 것이 완벽해서가 아니라 나약함이 있다 하더라도 지키고 싶은 것을 위해 용기를 내는 자를 지칭하는 게 아닌가 싶다. 이 소설은 영웅의 이야기가 아닌 개인의 내밀하고도 애절한 사랑의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