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디의 우산

묵자의 상태가 상식이라서 그걸 부를 필요도 없어,

그것이 너무 당연해 우리는 그것을 지칭조차 하지 않는다.

 

 

/210320

 

[d]

처음 접한 황정은 작가의 글 'd'. 다소 모호하고 추상적인 표현들이 많아서 언뜻 주제를 파악하기 힘들었다. 분명 문장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는데 제대로 잡히지 않는 느낌이 든다. 문장들이 유려해서 좋았다. 담담함에 서정성을 부여한 문체라고 생각 한다.

전작인 '디디의 우산'과 '웃는 남자'를 모티브로 잡고 조합해서 쓴 글이라고 하는데 읽어보지 않아서 더 모호해진걸지도..

d가 겪은 dd의 상실은 d로 하여금 세상의 빛이 사라진 세계였지만 밖으로 나온 d는 주저 앉아 버린 것들에도 뜨거움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그것도 화상을 입을 정도의 뜨거움을.. 인간은 나약한 듯 보이지만 언제든 뜨거운 혁명을 불러일으킬 존재라는 것을.. 쉽게 무너지지 않을 개인을 보여준다.

'd'의 배경은 최근 20년 이내에 있었던 사회적인 이슈를 다루고 있다. 특히 박근혜 정권과 세월호 사건이 주가 되는데 의도적으로 슬쩍 내비칠 뿐 집중적으로 보여주지는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더 의미심장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

'd'와는 다르게 서술방식과 문체가 확연히 달라 다른 작가인 줄 알았다. 사실 나는 이 작품이 더 취향인 것 같다. 돌려 말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뱉는 점이 알아듣기 쉬워서 좋은 것 같다.

작가의 시선이 돌직구면서 세심하고 배려있어서 좋다. 내 사고를 조금 더 확장시켜준 것 같아서 고마운 마음마저 든다. 우리는 상식을 말하면서 다수의 시선으로 일방적인 지식을 말한다. 그러한 상식은 다수가 아닌 이들에겐 전혀 다른 개념일 수 있다는 것을 쉽게 깨닫지 못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묵자의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소수에게 시선을 옮기면 우리가 상식이라고 여겨왔던 것들에 부끄러움을 느끼게 된다. 이런 날카로운 시선에 충격을 받았고 더 넓게 생각하고 포용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진다. 여러 사건들이 존재하지만 그 중에서 크고 작음을 비교해 큰 사건이라 불리는 것들에 포커스를 맞추고 작은 사건이라 불리는 것들은 후순위로 남겨둔다. 하지만 그 크고 작음을 결정 짓는 것은 누구인가. 그것도 다수의 상식 안에서 결정되는 것이다. 그렇게 후순위는 잊혀져 가고 관습화되어 계속 같은 자리에서 맴돌고 있을 것이다.

묵자의 세계에 있어 자신들이 존재를 말하지 않아도 되는 이들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