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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는 비송 거리로 세네갈 사람들을 보러 가곤 했는데, 그들은 언제나 나를 따뜻이 맞아주었다.
그들 대부분이 나처럼 회교도이긴 했지만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내가 생각하기에, 그들은 내가 아직 아무런 생각도 없는 아홉 살짜리 어린아이였기 때문에 나를 좋아했던 것 같다.
나이든 사람들은 항상 머릿속에 생각이 많은 법이다.
예컨대, 흑인이라고 해서 모두가 같은 것은 아니라는 생각 따위.
2.
내가 경험한 바로는, 사람이란 자기가 한 말을 스스로 믿게 되고, 또 살아가는 데는 그런 것이 필요한 것 같다.
철학자 흉내를 내느라고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3.
하여튼 그 사건이 내 감정을 건드렸고, 나는 너무 열이 올랐다.
그런 감정은 내 속에서 치밀어오른 것이었고, 그래서 더욱 위험했다.
발길로 엉덩이를 차인다든가 하는 밖으로부터의 폭력은 도망가버리면 그만이다.
그러나 안에서 생기는 폭력은 피할 길이 없다.
그럴 때면 나는 무작정 뛰쳐나가 그대로 사라져버리고만 싶어진다.
마치 내 속에 다른 녀석이 살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그런 생각에서 벗어나기 위해 울부짖고 땅바닥에 뒹골고 벽에 머리를 찧었다.
그러나 소용없었다. 그녀석이 다리를 가지고 있는 건 아니니까.
아무도 마음속에 다리 따위를 가지고 있지는 않으니까.
그래도 이렇게 얘기하고 나니까 기분이 좀 나아진다.
그 녀석이 조금은 밖으로 나가버린 기분이다.
여러분은 내 말을 이해하는지?
4.
"그곳은 내가 무서울 때 숨는 곳이야."
"뭐가 무서운데요?"
"무서워하는 데에 꼭 이유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니란다."
나는 그 말을 결코 잊은 적이 없다. 왜냐하면 내가 지금까지 들어본 말 중에 가장 진실된 말이기 때문이다.
5.
마약 주사를 맞은 녀석들은 모두 행복에 익숙해지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끝장이다.
행복이란 것은 그것이 부족할 때 더 간절해지는 법이니까.
6.
나는 세상의 모든 것을 다 겪어본 후에야 그놈의 행복이란 걸 겪어볼 생각이다.
7.
그 구경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그들 모두가 실제 인간이 아니라 기계들이라는 점이었다.
그래서 그들이 고통받지 않으며 늙지도 않고 불행에 빠지지도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네 인간세상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였다.
8.
사실 말이지 '두려워할 거 없다' 라는 말처럼 얄팍한 속임수도 없다. 하밀 할아버지는 두려움이야말로 우리의 가장 믿을 만한 동맹군이며 두려움이 없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고 하면서 자기의 오랜 경험을 믿으라고 했다.
9.
나는 내가 원할 때 언제든지 그들을 내 곁으로 불러올 수 있었다.
원하기만 하면 누구든 내 곁으로 불러올 수 있었다.
킹콩이든 프랑켄슈타인이든 상처 입은 붉은 새떼라도.
그러나 엄마만은 안 된다.
그러기에는 내 상상력이 부족한 모양이다.
10.
나는 때로 콜레라를 변호하고 싶었다.
적어도 콜레라가 그렇게 무서운 병이 된 것은 콜레라의 잘못이 아니기 때문이다.
콜레라가 되겠다고 결심해서 콜레라가 된 것도 아니고 어쩌다보니 콜레라가 된 것이니까.
11.
지금 생각해보면 그녀는 무척 아름다웠던 것 같다.
아름답다는 것은 우리가 누구를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달려 있는 것이다.
memo : 140213
로맹 가리의 또 다른 이름 에밀 아자르.
그가 남긴 이 책은 그의 삶과 닮아있었다.
글을 쓰는 사람은 자신의 경험과 가치관이 글에 고스란히 적혀진다.
그는 모모를 자신과 동일시했다고도 볼 수 있다.
모모는 열 살 아니 열네 살의 어린 소년이다.
하지만 그는 영리하면서 서투른 열네 살이다.
모모는 로자 아줌마와 살면서 사랑하는 것이 이 생에서 사라지는 것을 경험한다.
부정하고 받아들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모든 것은 지금 살아가는 생 안에서 모두 벌어지고 경험해야 하는 것이다.
모모가 지닌 사랑에 대한 결핍은 맹목적인 집착으로 변해있었다.
고독과 가난, 고통들과 함께 한 모모는 그것들로부터 익숙해졌다.
하지만 모모에게 사랑을 알려주는 사람들도 있었다.
사랑할 사람이 없으면 이 생을 어찌 살아가냐고 물었던 모모.
그럼 이제 자신을 사랑해보라고 말하고 싶다.